Woo, Chong-Il 우종일展
전시 기간 2004.4.8 목요일 - 4.18 일요일
전시 소개 우종일의 누드 : 신체와 심상의 조화 정훈 / 박영덕화랑 큐레이터 우종일은 인체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흑백의 누드를 통해 드러내는 작가이다. 그는 이십여 년 간 미국에서 패션사진가로 활동하면서 보그(Vogue)나 하퍼스 바자(Happer's Bazzar) 등의 유명잡지들을 위한 작업을 맡았으며, 1990년대 말 귀국한 이후에도 최근까지 블루(blue)나 블랙 앤 화이트(black+white) 같은 미국의 고급 남성 누드 전문지에 그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그의 패션사진가로서의 경력은 작품세계에도 이어져 비례와 균형이 이상적으로 드러나는 나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우종일의 흑백 누드 작품은 최근 현대사진에서 볼 수 있었던 누드의 경향, 이를 테면 섹스와 죽음에 대한 본능에 집착하는 아라키 노부요시(荒木經惟), 거기에 동성애적 정체성이 더해진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그리고 완벽한 신체를 지닌 여성들의 성(性)에 대한 파격미를 선보인 헬뮤트 뉴튼(Helmute Newton) 등에게서 느껴지는 시대적 당혹스러움과는 구별된다. 그의 작업은 우선 조형적인 미, 그것도 인체의 자연스런 조형적 미를 최대한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사진 속 인체의 주인공들은 고대 그리스의 폴리클레이토스가 조각한 이상적인 인체 비례(Canon)의 인물처럼 균형과 비례가 조화로운 신체를 소유하고 있다. 우종일의 시선은 신체의 선이 이뤄내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단순하고도 명료하게 발견하면서 그 속에 숨겨진 대상의 유약한 감성을 쫓고 있다. 특히 자연광선의 부드러움을 이용하여 단순한 배경 속에서 대상의 형태를 부드럽고 비밀스러운 것으로 유인하여 이내 그 내면에 조응하도록 한다. 이러한 신체의 균제와 심상의 대비, 그리고 두 가지 요소의 조화는 그의 누드작품이 관음적인 욕망으로써 드러나는 게 아니라 정서적인 환영으로 존재하게 한다. 이러한 특징은 근간에 촬영한 동성애적인 남성의 누드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우선 남성 누드 연작에서 란제리차림의 남성을 촬영하거나 둥근 원-여성의 자궁을 상징하는 듯한-의 조명 속에 남성의 나신을 담아내어 대상의 감춰진 성을 암시한다. 그러나 한껏 부풀어 오른 근육을 강조하는 정적인 포즈와 자칫 부서질 듯한 내면의 정념이 담긴 표정의 대비는 이질적인 관능적 욕망을 넘어선 강한 신체와 연약한 영혼의 조화로 이뤄진 아름다움인 것이다. 우종일이 시선을 던지고 있는 남성은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남성성을 지니면서 한편으로는 미소년을 사랑하는 '태양의 신' 아폴론인 것이다. 따라서 그의 사진은 시대의 파격적 현상과 은유를 담아내기 보다는 신체와 심상의 병렬과 조화를 통해 현실과는 분리된 사진적 미를 선보이고 있다. 우종일의 작업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사진가로서의 성장과정이다. 우종일은 다른 해외 유학파와는 달리 부친의 사업실패에 따른 이민으로 미국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때문에 그의 초창기 미국생활은 시련과 좌절의 연속이었으며, 생활 전선에 내팽겨진 몸은 한때 가벼운 약조차 투여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졌다. 사춘기 시절 권투로 다부진 몸을 가꿨던 그에게, 이국에서 카메라만을 부여잡은 쇠잔한 몸은 이상적인 신체적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을 갖게 했을 것이다. 이후 상업사진과 작품사진을 넘나들며 지속적으로 인체의 미에 탐닉했던 것은 이러한 젊은 시절의 고난과 이질적인 문화에 놓여진 외로움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여 진다. 그가 흑백으로 이뤄내는 이상적인 신체의 아름다움은 다시금 작가에게 화살처럼 꽂혀드는 젊은 날의 강렬함을 되새기게 한다. 일종의 풍크툼(punktum)인 것이다. 무망(無望)했던 젊은 시절의 아픔이 그의 누드 속에서 지속적으로 감겨드는 흔적으로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종일의 누드는 자신의 현재와 과거의 병렬과 조화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