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plugged Theater Unplugged Theater 展
전시 기간 2004.5.3 월요일 - 5.18 화요일
전시 소개 Unplugged Theater : 서울을 규정하는 사고(思考)의 촉매제 정훈 / 박영덕화랑 큐레이터 언플러그드 씨어터Unplugged Theater는 현대 서울을 사진으로 재현하는 전시이다. 서울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갖는 동시대적 특징과 서울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사회·심리적 요인들이 반영된 사진들로써 서울이라는 도시적 개념을 활성화 시켜온 사고(思考)의 촉매제들에 대한 환기를 시도한다. 본 전시는 서울에 산재된 지엽적이고 메타적인 공간들에 시선을 던진 작가들을 통해 서울을 구축해 온 공간을 그곳에서 뒤엉켰던 작가들이 어떻게 감지하고 수용했는지 보여준다. 또한 언플러그드 씨어터는 실재적 공간으로의 서울과 가상적 공간으로의 서울을 구분하여 전래부터 이어져 온 도시적 이미지를 구성하는 사진의 역할-이를테면 도시에 대한 역사적 차원과 의식에 대한 기억-이 이제는 보다 파편적으로 나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것은 이미 파편화된 서울에 대한 입체적 재구성이기도 한 것이다. 임영균과 김상길은 사진의 다큐먼트적 속성을 기반으로 작업한다. 두 사람의 작업은 제작 프로세스와 표현 방식에서 상이하지만, 화면에 담겨진 인공물들의 무게감과 서울의 현대화 프로젝트 속에 숨어 있는 시대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 임영균은 일상의 단편들을 전형적인 흑백사진 프로세스로 재현한다. 그의 화면 속에 각인 된 서울은 정적에 잠겨있다. 마치 수 시간 사이에 촬영된 것 같은 인적 없는 서울의 모습들은 실은 20년 이상의 시차를 머금고 있다. 그로 인해 사진 속 정적은 두 가지 현상에 집중하게 하는데, 하나는 시간의 간극 속에 기록된 인기척 없는 부재(不在)에 대한 의문이며, 다른 하나는 부재의 대상이 남긴 인공물의 흔적이다. 전형적인 스트레이트 사진은 일반적으로 역사를 내포한다고 믿어져 왔다. 촬영연도는 나와 있지만 구체적인 날짜가 드러나지 않는 임영균의 사진은 해당연도의 서울을 증거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고속성장시대의 시간의 흐름 속에 남겨진 임영균의 서울은 현대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매스의 무게를 감추고 그들의 흔적만이 남아있는 인공적 외형을 드러내어 시대적 폭력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부재의 공포를 경험케 한다. 김상길은 8x10인치의 대형필름으로 촬영한 실내 공간을 선보인다. 그의 화면을 채우는 실내 공간은 그 역시 무엇인가로 채워져야 하는 미완성의 공간이다. 'Like a Landscape'이라는 작품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김상길의 사진은 비워져있는 실내 공간에 주목한다. 그곳은 대량소비-공산품으로 채워져야 하는 대형할인매장-와 대량생산-무형의 생산 공간, 사무실-의 장소이다. 그가 촬영을 한 시기가 IMF 시대 이후라는 점에서, 화면의 비워짐이 경제적 측면과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비어있는 공간은 여백의 공간이 아니라 유보와 협상의 상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곳을 가로지르는 하얀빛은 마치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미완의 공간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구원의 빛이다. 그러나 그의 빛은 인공의 빛이다. 박홍천과 독일작가 베른트 할프헤어는 도시의 공동 생활구역에 시선을 둔다. 또한 이들은 사진의 이미지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지 않으면서 독창적인 조합화면과 사진오브제로 완성하여 사진매체의 표현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박홍천은 서울의 아파트를 야간에 무작위로 촬영한 밀착인화-필름을 인화지 위에 올려놓고 필름 크기의 사진을 만드는 방식-들을 규칙적인 배열로 집적하여 서울의 밤 풍경을 새롭게 모사(模寫) 한다. 작품에서 일정한 거리 이내에서만 아파트의 그것으로 확인되는 사진 속 불빛들은 서울이 비대해져 갈수록 옅어지는 별빛을 대신하는 밤하늘의 상징이 된다. 또한 화면 속에 점으로 남게 되는 개별 가구의 공간들과 일률적인 화면의 배열구도는 거대 도시 속에서 획일화되어 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은유하고 있다. 베른트 할프헤어의 사진오브제는 시각의 관점을 결합시킨다. 베른트 할프헤어는 서울에 체류하는 동안 그가 독일에서 지속했던 두 가지 측면에서 주위를 반영하는 대안적인 시선을 보다 확장시켜 왔다. 그의 작업은 특정한 공간을 촬영하고 원형의 사진 오브제로 제작하여 그 공간에서 전시하는 방식으로 일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베른트 할프헤어가 이방인으로서 서울에 관심을 가진 것은 무질서하고 강렬한 건물이다. 그의 작업은 파노라마 화면으로 펼쳐지는 서울의 랜드스케이프이다. 그것은 최종적으로 뫼비우스의 띠로 존재하기도 하고 구형 조형물로 드러나기도 하는 끊임없이 펼쳐진 공동생활구역이다. 서구적 시선으로, 베른트 할프헤어가 열광하는 서울은 불편함과 가능성이 혼재된 공동사회인 것이다. 박찬경과 이주형은 가상의 서울을 구현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이 선보이는 서울은 모두 영상제작물을 위한 가상 세트를 촬영한 것인데, 하나는 북한에서 제작된 서울 세트이고 다른 하나는 남한에서 제작된 서울 세트이다. 두 세트 모두 비슷한 시기를 재현한 것으로 보여 지며,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의 수도인 서울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박찬경은 160여 개의 35mm 슬라이드 프로젝션으로 선보였던 '세트Set'의 내용 중에서 북한의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서 촬영한 가상 서울 세트를 디지털 잉크젯 방식으로 선보인다('세트'는 <조선예술영화촬영소>와 남한의 예비군 모의 시가전 훈련장, 그리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위한 판문점 세트의 연속 프로젝션). 그의 사진이 재현하는 서울은 해방 전후의 풍경으로만 연상될 뿐, 존재한 적도 존재하지도 않았던 서울이다. 때문에 박찬경의 서울 세트사진은 시간과 공간에서 유리된 낯선 헤테로피아이자 일종의 데페이즈망으로 전시장에 남게 된다. 프로젝션의 현상학적 특징에서 벗어난 그의 서울은 수십 년 전에 촬영한 듯한 퇴색된 색상으로 인해 보는 이들에게 서울에 대한 왜곡된 꿈의 기억을 현현(顯現)시킨다. 그것은 어린 시절 무의식 속에 내재되었던 전쟁의 공포에 대한 경이와 신비로 가득한 화면을 마주하는 전율을 전해준다. 그의 퇴색된 화면 색감의 원인은 박찬경이 북한에서 촬영한 슬라이드 필름들을 현지에서 현상한 데에서 연유하며, 화면의 색상을 결정하는 프로세스는 실재하는 남북의 시간의 층차를 방증하고 있다. 반면 이주형은 1940-50년대의 동아일보사나 화신백화점과 같은 서울의 역사적 모뉴멘트가 담긴 드라마나 영화를 위한 세트장을 촬영한다. 그의 사진에서는 과거 속 서울의 특정 지역까지 유추할 수 있는 거리의 간판이나 건물들이 등장하지만 다수의 보는 이들은 이전 시대의 역사적 환기보다는 텔레비전의 내용이나 시청 당시의 특별한 기억으로 유도하게 한다. 따라서 이주형의 사진은 화면에 담긴 대상만큼이나 허구로 가득 찬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기억에 대한 진실성에 의문부호를 던진다. 그의 사진은 오늘의 서울에, 아니 세계에 지극히 역사적이거나 개인적인 시선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있다. 이형종은 대형필름과 장시간의 노출로써 서울의 심리적 이미지를 기록한다. 그의 사진은 약 20분이라는 긴 촬영시간으로 인해 자연적인 색상의 조화가 무너진 독특한 색상 밸런스를 지니고 있다. 마치 짙은 황사에 잠긴 듯한 도시의 인공물들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가 놓여져 있는 동북아시아의 지리적 여건과 그에 따르는 부대상황을 상기시킨다. 또한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사적 내러티브-이형종은 대리운전이라는 서울의 특별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의 대상인 서울의 도로는 완연하고 보편 타당한 회색 빛의 무게로 도시를 압도한다. 비워진 듯 신기루의 흔적만이 남아있는 사진 속 도로는 과학적으로 20여 분간 지나친 무수한 자동차와 사람들이 담겨있는 공간이지만, 우리의 시계(視界)로는 오로지 회색 빛 아스팔트와 그 위의 신호표지만을 인지할 수 있다. 그곳에는 끝없이 펼쳐지는 서울의 혈관만이 메갈로폴리스의 욕망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서울이라는 개념을 규정하는 공간은 역동적으로 광범위해짐과 동시에 민감하게 파편화 되어 이제는 이미지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1987년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의 앨런 제이콥스(Allan Jacobs)와 고(故) 도널드 애플야드(Donald Appleyard)가 제시한 미래 도시환경의 목표 중의 하나는 '아이덴티티와 조절 능력'이며, 그 포괄적 개념은 '살 만함'이다. 그렇다면 서울은 과연 어떤 정체성으로 우리에게 살 만한 환경을 인지하게 하는가. 언플러그드 씨어터에 참여하는 작가들 중 타자로써 서울에 존재했던 베른트 할프헤어를 제외하고는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작품이미지가 비판적 풍경을 내재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이들 일곱 작가가 재현하는 공간이미지들은 서울의 정체성에 대한 메타적이고 근원적인 접근을 통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사고의 지엽적인 끄나풀들을 확대하고 있다. 도시가 생산해 내는 엄청난 이미지의 범람 속에서 재구성된 서울은 연극을 위한 세트처럼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트는 이제 너무나 포괄적이 되어 배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세트 그 자체로써 존재한다. 근대 이후에 형성된 서울의 외형적 이미지가 내포하는 사고의 동인(動因)은 사진이라는 커다란 거울을 통해 이렇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