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ano 한오 展
전시 기간 2009.3.26 목요일 - 4.4 토요일
전시 소개 3월 26일(목)부터 4월 4일(토)까지 진행되는 이번 한오(1957)展은 작가의 16년만의 개인전으로, 비움과 채움의 조우가 만들어내는 색다른 선율을 선사한다. 이전 작업들이 격정의 언설이었다면 근작은 침묵의 언설이다. 붓으로 화폭을 ‘치는’ 액션으로 화면을 채우고 동시에 분절시키며 완성된 작가 내면의 풍경은 독특한 초점과 색감, 그리고 촉각적 질감으로 고요히 응결되어 있다. 소통되지 못한 무엇과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생경하고 낯선 것이며, 그것이 익숙한 것이라고 생각해오던 ‘풍경’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한오의 화면 속 풍경은 사실주의적 풍경이 아니라 작가의 액션에 의해 만들어지는 풍경이다. 붓으로 캔버스를 ‘치는’ 액션에 의해 충돌하며 생성되는 풍경은 그 자체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캔버스를 투기장이라고 불렀던 헤롤드 로젠버그(Harold Rosenberg, 1906-1978)의 말이 생각나는데 그만큼 그의 그림에서는 캔버스를 두고 씨름할 때 발산되는 열정적인 분위기 같은 것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구도의 정석을 무시한 대상의 간단명료한 포치와 함께 미끄러지듯 즉발적으로 처리된 터치로부터 발산되는 이미지의 생동감은 한오 회화의 근저를 이루어왔다. 그의 화면을 지배하고 있는 격정의 표현술은 사물과 그것에 대한 이미지 표현의 또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것인데, 같은 대상에 대해 우리가 품었을법한 기존의 이미지를 탈각시키는 일이기도하다. 예컨대 자연이 지닌 정적인 속성, 울창한 숲이나 물고기의 부드러움과 연약함 성격 따위는 작가 특유의 이미지 분절화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된다. 구체적인 이미지의 해체로 더욱 풍성한 형상을 제공하는 화폭은 오로지 빠르고 느린 액션과 굵고 가는, 둥글고 날선 선들이 지배한다. 또한 창백한 색조로 담아낸 풍광은 뜻밖의 스토리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이미지의 불명확성은 보는 이의 의식을 깨워, 확장된 자아와 마주할 수 있게 하는데 우리는 이 변화무쌍한 선들 속에서 나뭇잎이나 우거진 숲속 혹은 계절의 수많은 이미지들을 채집할 수 있다. 16년 만에 돌아온 그는 본인의 이름과 출신, 자전적인 기록에 가까운 작품들조차 과거의 것이라면 티끌 하나 없이 사라진 존재와도 같다고 말한다. 신분과 종적이 드러나길 원치 않으니 ‘돌아왔다’라기보다 ‘나타났다’가 옳을 일이다. 자신은 아마추어이며 작업은 우연의 산물일 뿐이라는 주장은 그 궤를 달리하여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작가정신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신인작가’ 한오의 가능성을 가늠케 한다.